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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에 신나게 놀며 청춘을 만끽해도 대기업을 골라가던 옛날 선배님들의 이야기는 전설로 남겨진지 오래.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요즘 청춘에게 취업난은 피해 가기 어려운 과제이다. 구직난이 계속 이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직업은 바로 '공무원.' KBS 다큐멘터리 3일이 2018년 12월 29일, 30일, 31일, 그리고 2019년 1월 1일 새해까지 72시간 동안 안동에 있는 공무원 기숙학원을 담았다.



봄을 기다리며. 1월 1일에도 어김없이 새벽부터 강의실 줄을 서는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본인의 새해는 시험이 끝나는 4월 7일이라고. 경북 수석으로 합격해 멋진 소방관으로 살기를 꿈꾸는 이 학생은 자습실에 소방관의 기도와 소방 마크를 붙여놓았다.



12월 29일 토요일 오전 10시. 사진 속 트랙 위를 달리는 사람들은 경찰 필기 시험을 합격하고 체력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 경찰 시험은 25%가 체력 시험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안동 시내로 운동화를 사러 가기도 했다. 초를 다투는 체력 시험이라서 신발 사이즈도 매우 중요해서다. 경찰 시험은 남자는 군필만 가능하고 필기, 체력, 개별면접, 집단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KPA 김재규 공무원학원 안동캠퍼스는 폐교한 대학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국내 최대인 10만평 캠퍼스를 자랑한다. 이 곳에서 경찰, 소방, 행정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 35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공무원 기숙학원의 4무 정책. 위반 시 벌점. 

합격을 위해 없애야 하는 4가지를 말한다. 강력한 관리만이 단기합격의 열쇠.

1. 휴대폰 NO

   입소 하면 핸드폰을 교무실에 제출한다. 공중전화를 이용하거나 기 외       박 때 핸드폰을 받아 연락한다.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학생들.



2. 게임 NO

핸드폰 보는만큼 합격은 멀어지고 게임으로 미래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문구가 걸려있다.






3. 이성교제 NO

   여성과 남자는 옆 자리에 앉을 수 없고 대화도 금지. 식사 시에도 여학생     전용성과 남학생 전용석으로 구별. 

4. 유흥 NO


4무 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합격을 빨리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괜찮다는 반응. 이 4무 정책을 지키면 공부 외에는 할 일이 없다고 전했다. 미리 알고 왔기 때문에 놀라지 않았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이라 여겼다. 한 수험생은 유혹에 약해 밖에서 공부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부모님이 기숙학원행을 적극 찬성하셨다고 한다. 또 어떤 학생은 핸드폰을 너무 많이 써서 입소했다고 말했다. 









같은 옷을 입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 함께 일어나고 함께 공부하고 휴일이 따로 없는 단체생활이 이어진다. 공무원 시험 준비 4개월차라는 한 학생은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고 했다. 매일 듣는 수업이 달라서 과목으로 오늘 무슨 요일인지 안다고.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날에도 수업은 계속됐다. 인기 좋은 수업인 한국사 앞자리를 맡으려고 새벽 6시에 줄을 선 수험생들. 강의동 문은 7시 30분 정각에 연다. 한국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수 과목이다. 이날 장장 12시간 동안 한국사 강의를 들었다. 



밤 11시 기숙사로 돌아가는 학생들. 남학생 기숙사는 문틀에 철봉을 매달아놓고 운동중이었다. 매일 밤 11시 40분 군대식 점호를 한다. 자정 이후에는 불 켜기, 소란 금지. 이후 공부를 더 하고 싶으면 점호 이후 자습실로 이동해 새벽 1시까지 자습할 수 있다. 한 학생은 오늘 세운 공부량을 다 채우지 못해 자습실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남자 기숙사 복도 풍경. 사감 선생님이 점호 준비를 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아침 6시 55분에 일어나고, 일요일 하루는 7시 30분에 기상 안내 방송을 하고 7시 35분에 점호.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에 매진하다 보니 학생들이 피곤한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수험생활이란 때론 당연한 것조차 포기해야 하는 것. 책상에 엎드려 잠든 학생들을 깨우는 일도 선생님들의 업무 중 하나다. 학원 곳곳에 있는 200여 개의 CCTV로 학생들을 관리한다. 









외부 출입이 불가능한 기숙학원 특성상 삼시세끼를 다 제공한다. 이날 반찬을 돈까스. 1월 1일 새해에는 떡국을 먹었다.



12월 30일 오후 2시. 차로 붐비는 기숙학원. 150명이 넘는 대규모 신입생의 입학식이 있는 날이다. 통영에서 차로 3시간 30분을 달려 데려다 주러 왔다는 부모. 먼 길 오셨다는 말에 아들을 위해서 어쩌겠습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들은 얼마 전 수능을 치른 고3 학생.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힘든 현실에서 일찍 공무원 준비를 하기로 진로를 정했다. 청춘의 로망인 대학생활을 포기하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후회는 안 할 거라는 학생. 

매일 같이 지내다가 볼 수 없는 사실이 합격을 위해 걸리는 시간보다 더 걱정이라는 어머니. 결국 눈물을 보이셨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될 아들은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이미 입소해 있는 수험생 중에도 고3이 있었다. 대학 진학보다 공무원 시험준비를 선택한 이유는 대학에 가도 언젠가는 이 곳에 올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다른 합격자들이 올린 합격증 사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어 기숙사 방에 붙여놓은 학생. 이미 합격해 지금 연수를 받고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하고 있다. 행정직과 경찰직을 동시에 준비하는 이 수험생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한 과목이 달라 더 힘들기는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필담 인터뷰를 시도한 제작진. 지금 행정학 공부를 하고 있고 수험생활은 1년째. 효율적으로 시간관리 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8시간 30분 동안 공부하던 학생. 오전에는 행정학, 오후에는 수학, 그리고 저녁에는 한국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격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있는 책상. 현재에 충실한 것이 곧 내가 꿈꾸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일을 염려하지 말고 오늘에 충실하자. 스스로를 신뢰하고 긍정적인 사고로 전환하면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된다. 



'꽤' 괜찮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이 붙은 포스트잇. 한국사 암기 내용도 적혀있다.



2018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은 전국적으로 약 100만 명에 달하고 그 중 35만여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19년 올해 공무원 채용 규모는 약 6천 명으로 이는 전체 수험생의 1.7% 수준이다. 


경상북도 안동시 공무원 기숙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하루는 바쁘게 돌아간다. 안정적이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젊음에 박수를 보낸다. 올해 모두 합격증을 받기를 기원한다.


다큐 3일 마지막 즈음에 나온 나레이션으로 포스트를 마무리 하려 한다.


"합격의 그 날에 오늘도 하루만큼 더 가까워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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