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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해 현재 20% 시청률을 바라보는 화제의 드라마 JTBC SKY캐슬.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달려가는 의사 자녀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실 스카이캐슬이 지금처럼 유명해 지기 전, 평소 좋아하는 배우들인 염정아, 윤세아, 김정난이 나온 다는 소식에 1회와 2회를 챙겨봤다. 하지만 여성이 극을 이끌어가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전원 다 가정주부인 점, 남편에게 존댓말을 쓰는 점, 아내를 때리는 가정폭력범(박수창, 이명주의 남편이자 영재 아빠)이 나오는 걸 보고 하차했다. 하지만 스카이캐슬이 계속 인기를 끄는 모습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다. 무엇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스카이캐슬을 쥐락펴락하는 중심인물 김서형(김주영 역). 직업은 한 학생당 수십억 원을 받는 VVIP 입시코디네이터. 1년에 딱 두 명의 학생만 관리하며 합격률은 100%를 자랑한다. 수시로 서울의대에 합격한 영재도 김주영이 관리하던 학생이었다. 이에 예서 엄마 염정아(한서진 역)도 딸 입시를 김주영에게 맡긴다. 









김주영은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는 심리전에 능한 사람이다. 아마 그 능력이 주영을 성공한 인물로 만들었을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인생이란 부, 명예, 권력, 학벌 등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것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주영이 상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세속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대한민국 상류층이다. 여기에 하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식의 성공.' 한서진은 딸 예서를 위해서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 수 있는 엄마로 그려진다. 


한서진은 스카이캐슬의 룰을 깨뜨리려 하는 이태란(이수임 역)에게 말한다. 네가 아무리 성공해도 네 자식이 그러지 못하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김주영은 학부모들의 그런 심리를 적극 이용한다. 타인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는 똑똑하고 비상한 인물이다. 흔들리는 한서진에게는 '어머니, 예서 서울의대 포기 못 하시잖아요.'라는 말로 감성을 자극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주영의 오른팔인 비서 조선생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선물을 건넨다. 다름 아닌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조선생은 김주영의 업무 시간에 늘 함께하며 일을 돕는 사람이다. 합격률 100%를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행동도 마다 않는 김주영을 보며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다. 하루 아침에 좋은 주거지가 생긴 조선생의 반응은?


감사합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김주영은 마치 그럴줄 알고 있었다는 듯 씩 웃는다. 타인의 마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절한 대처법까지 실행할 수 있는 김주영은 대단한 지략가다. 이런 캐릭터가 단순한 악역으로만 여겨지지 않고 드라마 전반을 움직이는 역할로 나와 매우 반갑다. 마치 미드를 보는 느낌이다. 









김주영이 선물한 부를 만끽하는 조선생. 물질적인 가치 앞에서 사람은 나약할 수 밖에 없음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조선생은 특별히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저 보통의 인간이다. 



한서진과 남편 강준상(정준호), 시어머니 정애리를 만난 김주영.


제 아무리 잘났다고 떠드는 것들도 다 우리 밑에 있어

자식을 우리에게 맡기면 그들의 영혼도 우리 손아귀에 있거든

그들을 웃게 할 수도 울게 할 수도

심지어 지옥 불에 쳐 넣을 수도 있지




제 자식을 남들보다 더 뛰어나게 만들고픈 

부모들의 욕망이 있는 한

입시 결과만 좋으면

그 어떤 책임도 질 필요가 없어

 

김주영이 어떤 마음으로 입시 코디네이터 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주영은 자신이 맡은 똑똑한 학생을 서울대에 100% 입학시킨 후 가정을 뒤흔든다.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할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주영의 딸 케이가 그 열쇠를 쥐고있다. 



10년 전 김주영과 남편의 모습. 딸 케이는 9살 때 미국 조지 워싱턴대에 입학할 만큼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남편은 죽고 딸은 전두엽, 측두엽, 뇌간을 다친다. 당시 주영은 남편과 이혼을 앞두고 있었고 과거 회상 장면에 딸의 조기 교육을 남편이 극심하게 반대했음이 나온다. 그러니 주영이 입시 코디일을 하며 우수한 학생(=딸 케이를 대변)을 맡아 서울의대 진학(=딸 케이가 미국 대학 입학)시키고 난 후 가정을 쑥대밭을 만든다.(=불행이 닥친 케이네 집) 패턴을 반복해 본인을 위로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분석이 가능하다. '내가 불행하니 너도 불행해야 해'라는 마인드로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의대 합격 후 부모에게 꼭 복수를 해야하나 망설이던 영재에게 굳이 연락해 가을이 전화번호와 근황을 전해준게 설명이 안된다. 입시 종료 후 학생과 연락을 끊는다는 룰도 깬 채. 애초에 학생을 선택할 때도 가정 불화 조짐이 보이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아이를 목표 대학에 보내야하는 어머니를 눈여겨본다. 그래야지 전적으로 입시 코디인 자신에게 의존할 것이고 그럴수록 본인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예서 역시 반복적으로 멘탈이 약하다는 대사가 나온다. 또 시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꼭 딸을 서울의대에 보내야하는 엄마 한서진 상황도 극단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천재를 키운 엄마로 찬사를 받던 시절을 떠올리며 웃는 김주영. 결국 주영은 10년 전 시간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대로 메여 오늘까지 왔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천재 딸 케이와의 시간을 다른 아이로 대체하고 성공시키고, 망가뜨리면서 말이다. 과거와 제대로 이별하지 못한 사람은 언제고 현실에서든 미래서든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엄마 주영은 딸 케이를 사랑한걸까? 아니면 '천재'인 딸 케이를 사랑한걸까? 


19화 예고편에는 딸 케이가 먹는 밥에 약을 타는 모습이 나온다. 주영의 인생도 참 안됐다. 이수임이 '니가 그러니까 딸이 벌을 받은거야.'라는 말을 할 때 내가 다 화가났다. 평소 이수임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하지만. 수임도 좋은 환경을 누리고 있으면서 이상적이고 도덕적으로 고고해 보이려 한달까. 그런 모습이 우월의식으로 비쳐져 좋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행복과 이상도 결국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하고 사회적 지위도 있어야 가능함을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예전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천재도 먹고 살만한 집안에서 나오는거 아니?'



같은 스카이캐슬에 사는 노승혜(윤세아)도 김주영이 쌍둥이 형제의 코디를 맡길 원했지만 탈락했다. 왜 주영은 승혜 아이들을 맡지 않았을까?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란 서진과 정반대로 승혜는 말 그대로 금수저다. 육군참모총장에 국회의원까지 지낸 아버지 뜻대로 여대에 진학한 인물. 즉 한서진(염정아)은 신분상승에 대한 강한 열망, 최고의 것을 추구하는 마음, 강준상(정준호)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승혜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누려온 삶이기에 노선이 다르다. 이런 엄마의 영향으로 큰딸 세리와 쌍둥이 서준, 기준 역시 이타적인 삶을 꿈꾸며 공부나 학벌에서 자유롭게 자랐다. 


표면적으로는 대학 입시를 목적으로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집안을 잡고 뒤흔들어야 하는 김주영의 목표에는 영 어울리지 않는 승혜다. 아마 그런 이유로 주영은 예서와 서진을 선택했을 것이다. 



승혜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남편 차민혁에게 쓴 글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남편에게 어찌 감히(뭐라는지... ) 이혼소리를 꺼내냐며 반성문을 요구하는 차민혁에게 남긴 편지다. 


 

가부장적인 친정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인생의 가치관에 대해 깊은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차민혁 같은 남자와 결혼 한 것을 반성합니다


한서진 삶도 불쌍하지만 노승혜 역시 그리 행복하다고는 보기 어렵다. 결국 스카이캐슬 입주민 중 어느 누구도 실상은 불행했다가 이 드라마의 메시지인가. 



찌질하고, 또 찌질하고, 한없이 찌질한 강준상(정준호). 정말 답이 없는 인물이다. 1년 넘게 친딸임을 모르고 살다가 죽은 이후 갑자기 각성한다. 혼자만 각성하면 좋은데 여기저기 다 휘젓고 다닌다.



더 최악은 이제까지 사건 흐름 상 옛 여자친구 김은혜(혜나의 엄마)와 트루럽, 정말 진지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거다. 어머니 정애리에게 그냥 놔두었으면 그정도 마음까지 안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거라는 말을 한다. 강준상은 아마 평생 제대로 된 첫사랑 없을 것이다. 조건이 좋지 못한 김은혜와 평생 함께 할 마음도 자신도 없었고, 하지만 아내인 한서진에게 너 때문에 은혜와 헤어졌다고 큰소리 치고 싶긴 하고. 참 어처구니 없는 인물이다.









아내인 이명주가 자살하고 주남대 의대에서 물러나 시골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박수창. 박수창은 안하무인에 사회성 부족한 찌질이 강준상의 거의 유일한 친구이자 선배로 나온다. 혼란스러운 준상은 수창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나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시험 문제는 항상 100점 맞았는데

이번 문제는 영 답을 모르겠네



시험 공부와 인생 공부는 다르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깨닫는 면과 득도가 비슷한 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또 사람들 사이의 룰과 센스, 암묵적인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공부를 잘해도 플러스 알파로 처세술도 능해야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결국 성공, 출세라는 건 남이 나를 인정해줘야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니까. 아들 준상을 주남대 병원장까지 키우기 위해 엄마 정애리는 지금도 노력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준상의 병원내 입지는 그리 단단하지 못하다. 실력도 준상을 사수로 모시는 우양우가 황치영에게 수술받고 싶어 하는 걸 보면 그닥인듯.  



이제까지 받은 수많은 상장과 임명장을 바라보는 한서진과 딸 강예서. 서울의대를 목표로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상징한다. 다만 이 장면에서 둘의 옷이 모두 검은색인 점, 그리고 책상이 놓인 구도를 봤을 때 장례식장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서진과 예서가 서울의대 진학을 포기한다는 암시일까? 




예서에게 널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던 엄마 서진. 남편 준상이 지금 학교 내신 시험지 유출을 먼저 이야기하고 사과하면 예서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거라고 한 말을 계속 떠올린다. 내 생각은 글쎄. 양심고백과 다르게 시험지 유출로 명문 신아고 전과목 만점, 전교 1등을 지킨건 사실이니 죗값은 받을거다. 서울의대도 당연히 진학이 불가능할거고. 


물론 서진과 예서는 그저 입시코디 김주영을 믿었을 뿐이지만. 예상 문제라고 뽑아준 것이 사실은 학교 선생님과 손잡고 유출한 시험지였음을 김주영 빼고 누가 알 수 있었을까. 그저 유능한 입시 코디네이터인줄만 알았지. 범죄를 저지르면서까지 진학률 100%를 지키는지는 몰랐다. 



살인 혐의로 체포된 우주를 걱정하며 우는 예서. 예서는 오랫동안 동갑내기 우주를 짝사랑해왔다. 그런 예서를 감싸주는 엄마 서진. 이제 단 2회만이 남은 드라마 SKY캐슬.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하다. 예서는 서울의대에 합격할까? 아니 이 드라마는 합격이 문제가 아니다. 영재처럼 합격하고 입학을 안 할 수 있으니. 예서는 서울의대에 입학하고 6년 후 의사가 되어 졸업할 수 있을 것인가. 어찌됐든 예서야 행복해라. 다른 의대도 좋아. 꼭 서울의대만 고집하지 말길. 물론 손꼽히는 메이저 의대에 다녀도 서울의대를 목표로 반수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영재의 서울의대 수시 합격증을 보며 기뻐하는 부모. 그리고 고개를 돌리는 영재. 아마 김주영이 합격 후 불을 지피지만 않았어도 지금쯤 예과 생활 즐기면서 잘 지냈을지 모르는 영재. 가을이도 오래전 추억으로 잊었을수도. 엄마인 정애리가 반대해 김은혜를 더 만났다는 강준상처럼. 그냥 흘러가듯 내버려 두었으면 영재도 가을이에게 그렇게 집착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도 가족이 앙숙인 점이 둘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니다. 김주영이라면 다른 방법을 써서 영재 멘탈을 흔들어 놓았을수도. 수창과 함께 있던 선배 아들도 주영이 입시를 맡았는데 의대 본과 시절 자살했다고 하니 말이다. 역시나 주영과는 엮이지 않는게 답이다.



18회 마지막 장면. 머뭇머뭇 하다가도 결국 신아고등학교 3학년 1학기 중간고사 시험지를 잡는 서진. 이제는 확실히 유출 시험지를 알고 받는거다.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유명한 말처럼 서진과 예서가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발각되면 서울의대가 물 건너 가는건 물론이고 퇴학까지 각오해야 한다. 만약 들키지 않는다면? 어쩌면 예서는 서울의대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수시 합격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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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SKY캐슬은

POOQ (푹) 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 나온 18회는

2019. 1. 19 (토)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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