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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 한 회만을 남겨둔 화제의 드라마 스카이캐슬. 19회에서 한서진과 딸 예서는 시험지 유출을 자백하고 명문 신아고를 자퇴합니다. 끝까지 서울의대만을 향해서 달려갈 줄 알았는데 조금은 아쉬운 결말입니다. 18회 리뷰에서 서진과 예서가 이제까지 받은 상장을 바라보는 구도가 장례식(이별)같다고 썼는데 복선이 맞았네요. 승승장구한 예서가 의대 교수가 된 후 인터뷰를 하며 씩 웃는 장면이 엔딩이길 바랐는데. 갑자기 주요 인물들이 180도 달라지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미드처럼 성공을 향해 마지막 순간까지 달려가는 모습을 기대했기에. 


위 사진 클릭하면 SKY캐슬 19회 다시보기 바로이동



JTBC 드라마 SKY캐슬은

POOQ (푹) 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 나온 19회는

2019. 1. 26 (토) 방영




그래서 저는 김주영(김서형) 선생의 심리에 더 관심이 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고 무엇이 주영을 그토록 치밀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조선생(이현진)에게 주영은 말합니다.


 

예서 엄마가 딴 마음 먹을까봐 걱정돼?

자식 가진 애미만큼 이기적인 존재도 없어

그만큼 주무르기 쉬운 존재도 없고

 


자식 앞세워 제 욕심 채우는 사람?

제 아무리 잘난 척 해도

나한텐 그저 웃긴 것들이지







 

타인에 대해 이 정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건 본인 역시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옵니다. 주영 역시 딸 케이를 영재, 천재로 키우기 위해 헌신했던 엄마입니다. 하지만 비뚤어진 노력이 새드엔딩을 불러왔고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니 다른 열혈맘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자식이 잘 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부모 본인 체면을 지키고 열등감을 보상받으려는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SKY캐슬에 나오는 인물들을 보면 완전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죠.



한국 최초 필즈상 수상 송희주 카이스트대 교수. 주영과 서울대 수학과 동기입니다. 김주영 선생은 집무실에서 이 인터넷 기사를 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대학 동기가 필즈상을 탔다네?

대학 다닐 땐 내가 과탑이었는데



18회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주영은 영광스러웠던 과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인물입니다. (SKY캐슬 18회 리뷰 & 다시보기 링크) 과거에 머물러 있는 주영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계속 제자리를 맴돌기만 합니다. 


대학 다닐 때는 내가 과탑이었는데 다른 동기가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받은 게 억울한 일일까요? 같은 서울대 수학과 동기라면 지적 능력이나 노력의 기준이 송희주나 김주영이 별반 차이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또한 학사과정에서와 석박사 과정, 또 교수로 능력치는 각각 다를 수 있습니다. 학자들이 이미 만든 이론을 배우고 시험 치는 영역에서는 주영이 앞섰을지 몰라도 스스로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희주가 더 뛰어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분석한 내용이고 희주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건 감정적인 부분이기에 얘기가 달라집니다. 노력형 수재인 주영에 비해 번뜩이는 천재성으로 '저런 사람이 학자하고 교수하는구나.'라는 소리를 듣던 희주라고 가정한다면 말입니다. 주영은 희주를 경계하고 때로는 열등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남과의 비교는 결국 자신을 갉아먹는 일인데 안타깝습니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것을 이미 가진 사람을 보면 마냥 축하해 주기는 어렵죠.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이기적인 본성을 타고난 인간이니까요. 







 



시간을 돌려 십여 년 전 미국 집에서 주영과 남편이 싸우고 있습니다. 눈치를 보며 기죽어 있는 안쓰러운 아이는 딸 케이입니다. 어린 아이가 부모가 싸우는 상황에서도 울면서 공부를 하고 있네요. 남편이 주영에게 말합니다.



송희주 때문이지

송희주가 최연소 대학교수가 됐다니까 

열 받아서

K로 열등감을 채우려는 거잖아

주영의 마음을 할퀴는 말이네요. 진실은 사람을 참 비참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 못난 마음을 타인이 직설적으로 말할 때. 정말 짜증나고 심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죠. 지극히 감정적인 영역이고 당연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역린은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는겁니다. 


케이는 영재로 이름을 날리고 9살에 미국 대학에 입학하지만 적응을 못해 공황장애를 겪습니다. 케이의 아빠는 이를 바로잡으려 하지만 엄마인 주영은 적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미 천재라고 소문이 다 났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다고 외치면서.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고 내 딸이기 보다는 '천재'인 딸에 포커스를 맞추는 김주영의 심리를 알 수 있습니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공부하는 케이. 남보다 먼저 가는 게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닌데. 공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과 자아 성숙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라면서 점점 더 학습에 정진하는 모습이 이상적입니다. 미국 대학이 워낙 공부량이 많아 졸업하기 힘든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한 번 뿐인 내 인생 내가 책임져야 한다고 깨달았을 때 사람은 비로소 철이 듭니다. 공부가 결국 인생을 살아가며 수행하는 과정과 같음을 알게 됩니다. 공부를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대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멘탈이 튼튼해지고 나면 하루 10시간 넘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합니다. 대다수의 9살은 그러기엔 너무도 너무도 어린 나이입니다. 똑똑한 김주영이 이 사실을 과연 몰랐을까요?



 

모두 다 삼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려고 혈안이었어

? 왜 그들만 자자손손 모든걸 거머쥐고 떵떵거려야 하지?


온갖 편법과 불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서울의대에 합격시켜달라고

나에게 거액을 주는 자들이야


? ? 왜 내가 그들의 캐슬을

더 공공하게 만들어줘야 하지?


SKY 캐슬 사람들에게 의사는 명예직입니다. 이미 부(富)는 조부모 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충분히 쌓여있고 집안 대대로 의사라는 타이틀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돈도 있고 똑똑하고 명예도 있어. 어때, 멋있지?


Winner takes all. '승자가 모든 걸 차지한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상류층에 있는 사람들은 부, 명예, 권력, 학벌 모든 걸 원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인생은 즐기며 사는 것이라는 모토 아래 여행도 많이 다니며 견문을 넓힙니다. 엄마, 아빠가 의사면 그 친구들과 동료들도 대부분 의사입니다. 영향을 안 받을 수 있을까요?


딸 예서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엄마 한서진(염정아)



건강한 사회란 무엇일까요. 계층 이동이 활발한 사회가 건강합니다. 소위 흙수저, 동수저로 태어나도 본인이 노력을 하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제도가 갖춰진 세상.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바로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자원은 한정적이라는 겁니다. 무한정으로 파이를 키울 수가 없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신분상승을 했다면 그만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부모가 내 금쪽같은 자식이 나보다 낮은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갖기를 원할까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최소한 나 정도 아니면 그보다 나은 삶을 꾸려가길 원합니다. 


미국에서 마약에 찌든 삶을 살던 조선생을 구원해준 김주영

도망가라는 말도 듣지 않고 끝까지 주영의 곁을 지킨다



결국 답은 최상류층일수록 자신들만의 리그를 공공히 하는 것 밖에 없습니다. 내 아이, 또 그 아이의 아이까지 모두 SKY 캐슬에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라는 말을 만들어 서민 가정 아이는 계속 그렇게 살도록 사회를 만듭니다. 미래에 대한 상승 욕구를 꺾어버립니다. 금수저니 은수저니 하면서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고 주입시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김주영처럼 '왜? 왜 그들만 자자손손 모든걸 거머쥐고 떵떵거려야 하지?'라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잠든 케이를 바라보는 엄마 김주영. 정말 오랜만에 딸을 만나러 왔습니다. 항상 선물만 전해주고 돌아가거나 먼 발치에서 바라봤으니까요. 천재였다가 한 순간에 달라진 딸을 받아들을 수 없는 김주영입니다.



김주영 눈에는 아직도 9살 천재 소녀 케이가 아른거립니다. 



엄마가 온 걸 알고 너무나도 좋아하는 케이. 이 장면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김서형 배우 연기 최고입니다. 딸을 향한 절절한 모성애와 지금의 처지가 느껴져 인상 깊은 장면입니다. 연기상도 휩쓸고 CF도 많이 찍었으면 좋겠네요. 2019년 대박나세요 김서형 배우. 



 

엄마 엄마 나 공부했어

나 잘했지?


케이는 공부를 잘 해야만 엄마한테 사랑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네요. 온전치 못한 정신으로도 세상에 하나뿐인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어 노력합니다. 이 장면은 꼭 보세요. 엄마 김주영과 딸 케이(조미녀)의 멈춰진 10년이라는 시간이 모두 담겨있습니다.


 

 

엄마 울지마 공부할게



공부안해도 돼 케이야

공부 하지마


한걸음에 달려가 안길만큼 엄마를 좋아하는 케이. 하지만 엄마의 눈물을 보자 바로 수식을 쓰며 공부를 시작합니다. '엄마를 슬프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케이의 입장이 서글픕니다. 무의식에 남아 있을만큼 9살 케이에게는 절대 진리였을 그 한 문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부모는 자녀에게 많은 고통을 줍니다. 부모의 자존감이 곧 자식의 자존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부모 세대에서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상처는 많은 경우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합니다. 그렇기에 세상에서 부모라는 직업이 가장 어려운 겁니다. 그런데 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자격증도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대학에 가기 위해서도,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도, 하다 못해 운전을 하기 위해서도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부모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부모가 되면 자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엄마도 힘들어요?

내가 더 잘할게요



마음 아픈 대사. 나도 힘든데 엄마도 힘들어요? 엄마 내가 더 잘할게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이렇게 들리네요. 아동 학대라고 할 정도로 공부를 시키는 엄마를 미워하기는 커녕 내가 더 잘하겠다고 합니다. 어린 나이에 내가 못하면 부모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고 인지한 케이. 케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해야 케이가 행복할 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혜나의 죽음과 무관하십니까?



수감된 김주영 선생은 찾아온 한서진. 자신과 예서를 파멸시키는 게 목적이었냐고 묻자 되레 이렇게 물음표를 던집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19회 예고.



혜나(김보라) 언니가 아프다는 예빈이 말에 방으로 올라간 한서진. 그런데 혜나는 한서진에게 '엄마'라고 불리며 안깁니다. 



자신을 차갑게 뿌리치는 한서진을 슬픈 눈으로 쳐다보는 혜나.



그런 혜나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한서진.


혜나는 한서진의 친딸이었을까요? 만약 그 사실을 알고 예서 집에 일부러 들어온 거라면 혜나가 너무 불쌍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도 아빠도 자기의 존재를 꿈에도 몰랐으니까요. 


혜나와 예서가 뒤바뀐 아이라면? 극중 혜나 엄마(김은혜)가 간호조무사로 병원에서 일한 점이 또 하나의 복선이었을까요? 그렇다면 김은혜는 자신과 헤어지고 한서진과 결혼한 강준상에게 복수하기 위해 친딸 예서를 보냈다는 말이 됩니다. 꼭 복수가 아니더라도 친딸 예서를 의사 가문이라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모성애도 있었겠지요. 자신은 남의 아이인 혜나를 어렵게 키우면서요. 이제까지 혜나는 별로 안 좋아하는 캐릭터였는데 이 예고가 사실이라면 정말 반전입니다. 연민이 생기네요. 



기준, 서준이와 신아고 학생들.


우주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메시지를 남긴 친구들.


그리고 학교를 떠나며 예서도 몇 글자 적습니다.


미안해 우주야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해

네가 행복하길 빌게



단 1회만을 남겨둔 스카이캐슬.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지금까지 이야기 흐름만으로도 충분히 드라마 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2019년 새해를 최고의 작품으로 멋있게 시작한 배우분들, 모두 승승장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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